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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규범에 따라 읽을 수 없던 것을 새롭게 읽어 내는 감동,
국내 출간 18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만나는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아빠>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그림책 <우리 아빠>가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2000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되며 “아버지가 아이들의 육아와 성장에 관여하는 보기 드문 작품”(2001년, 북페이지)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그 이듬해인 2001년 국내에서 전집 및 단행본(<우리 아빠가 최고야>, 킨더랜드)으로 번역 출간되어 소개된 바 있다. <우리 아빠>가 출간되기 14년 전인 1986년, 일찍이 <돼지책>을 통해 독자들과 페미니즘에 대한 사유를 나눈 적 있는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우리 아빠> 출간 직후 영국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책을 출간하기 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고민했다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아버지’에 대한 긍정적인 책도 짓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알맞은 방법을 찾지 못했죠.”(2000년, 가디언) 작가는 <우리 아빠>가 또 하나의 남성 영웅담으로 읽힐 가능성에 대하여 우려했지만, 2000년대를 살아 내고 있던 한국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힘든 생활에 찌든 아빠의 피곤에 겨운 모습”을 보여 주고 (그런) “아빠에게 고마움을 표현해 보도록”(2009년, 부산일보) 하는 작품으로 읽힐 수밖에 없었다. 출간 당시인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는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IMF 외환 위기를 거치며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는 생각이 사회 전체를 휩쓸었고, 그 시기의 서민들을 위로해 준 노래가 동요 <아빠 힘내세요>(작사 권연순, 작곡 한수성)일 만큼 가족 부양은 곧 아버지의 역할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민의 옷을 입고 살아남은 가부장제를 등에 업고 인고의 세월을 겪어 낸 어머니를 둔 오늘날의 3, 40대 여성 세대가 2000년대 문화의 흐름을 주도한 덕분에 그 견고한 성벽에도 균열이 일었다. 개정판으로 다시 만나는 <우리 아빠>를 구석구석 살펴보자. 아빠가 늑대를 혼내는 장면 귀퉁이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빨간 모자와 춤을 추는 아빠 곁에서 박자를 맞추는 하나의 성별로 규정지을 수 없는 개인의 모습 등 이전 시대의 규범에 가려져 읽히지 않았던 의미들을 독자들은 하나둘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 정보
저자(글) 앤서니 브라운

70세가 넘은 지금도 그림책 짓기에 여념이 없는 작가 앤서니 브라운. 그는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표현 속에 담은 깊은 주제 의식과 세밀하면서도 이색적인 그림으로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이다. 1976년 <거울 속으로>를 발표하면서 그림책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고릴라>와 <동물원>으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두 번 수상하고, 2000년에는 전 세계 어린이책 작가들에게 최고의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으며 그의 작품성을 세계에 알리게 되었다. 국내에서 출간된 앤서니 브라운의 책으로는 <돼지책> <우리 엄마> <우리 형> <숨바꼭질> <나의 프리다> 등이 있으며, <기분을 말해 봐!>는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리면서 더욱 많은 아이들과 만날 수 있었다.



번역 공경희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성균관대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2007년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며 서울여대 영문과 대학원에서 강의했다. 옮긴 책으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호밀밭의 파수꾼',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 '바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우리는 사랑일까', '아빠의 러브레터', '무지개 물고기', '곰 사냥을 떠나자', '나무 속의 나무 집', '비밀의 화원'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오래된 사랑 고백

어느 날, 돌아가신 아버지의 잠옷을 보았습니다.
아버지의 냄새가 남아 있는 그 잠옷은 단숨에 저를 작은 아이로 만들었습니다.
[우리 아빠]는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_앤서니 브라운


“우리 아빠는 대단해요.”라는 말로 시작해 아빠는 언제까지나 나를 사랑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마무리되는 [우리 아빠]는 글만 따로 떼어 읽으면 또 하나의 남성 영웅담으로 읽힌다. 그러나 완벽에 가까운 아빠를 향한 찬사가 담긴 글과 다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현실적인 아빠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의 간극에서 잠시 멈춰 사유하다 보면 사회의 기대 뒤에 숨은 아빠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목욕 가운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은 작가는 아버지의 옷에서 풍겨 나온 아버지의 냄새를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에 접속했다. 그리고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로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려 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꾸며 아버지의 우상화를 시도하지 않고, 아버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사려 깊게 그려 냈다. 조금 부족한 사람이었어도, 다소 유약했어도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힘이 되었던 아버지를 향한 그의 사랑 고백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이다.

어린이가 바라는 진짜 사랑
아이들은 종종 보호자인 어른에게 ‘날 좀 봐요’라고 간청한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말을 ‘나를 돌보아 달라’는 뜻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아이들이 ‘내가 할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은 애당초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어른에게 부탁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따라서 아이들의 ‘날 좀 봐요’는 말 그대로 나를 ‘보아 달라’는 뜻인 것이다. [우리 아빠] 속 화자인 어린이는 한시도 아빠로부터 눈을 떼지 않는다. 장난기가 심하고 허풍이 좀 있을 뿐 제대로 해내는 것 하나 없는데도 아빠에게서 놀라움과 감동을 찾아낸다. 내가 바라는 것을 상대에게 주듯이, 아이는 아빠를 바라보는 행위로 아빠에게 사랑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어른들에게 위로로 다가올 터이지만, 아이들에겐 내 마음을 알아주는 공감의 작품일 것이 틀림없다. 아이들은 아빠를 부지런히 좇는 화자의 눈과 목소리에서 화자가 진짜 바라는 게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것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화자인 어린이와 눈을 맞추고 두 팔을 벌리는 이 책의 대단원에서 아이들은 열렬히 환호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9788901231358

발행(출시)일자

2019년 07월 19일

쪽수

32쪽

크기

228 * 273 * 9 mm / 401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웅진 세계 그림책

원서명/저자명

My dad/Browne, Anthony